언론보도

“못 배웠던 설움, 이제서야 푼다”

  • 2009-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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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배웠던 설움, 이제서야 푼다”
통영RCE, '우리 섬 배움마실'서 섬주민 뜨거운 반응








"머리 털 나고 연필 처음 잡아본다. 찬찬히 좀 갈차주라", "묵고 살기도 바빴는데 학교는 다 뭣이고. 인자 공부하니까 원이 없다"

지난 16일 오전 곤리도 경로회관에 모인 20여명의 할머니들이 모여 '아버지, 어머니'를 따라 읽으며 한글공부를 하면서 내 뱉은 소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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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곤리도에서 열린 한글교실

통영RCE가 도서지역 주민을 위한 지속가능평생교육 '우리 섬 배움마실' 중 한글교실을 개강하자 할머니들의 호응이 뜨겁다.

통영RCE는 곤리도를 비롯 연대도, 욕지도, 사량도 등 배움마실을 희망하는 섬에 찾아가는 학교를 열었다. 농한기인 1월12일부터 2월15일까지 1기 학교를 열어본 후 이를 점차 확대할 예정이며 '우리 섬 배움마실'은 한글교실뿐 아니라 노래교실과 마을잔치 한마당도 곁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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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야, 어, 여"를 합창하며 유치원 아이들보다 더 천진한 표정을 한 할머니들은 "글자 배우는 게 연속극 보는 것보다 백 배 재미난다"며 다음 수업도 당겨하자고 조르기도 했다고. 이에 일일 보조 강사로 나섰던 김종윤 이장은 "교재가 있으니 나도 가르칠 수 있겠다"며 "오늘 밤에도 공부하자"고 제안, 할머니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곤리도에서 보듯 섬 마을 노인 학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21일 연대도의 박또선아 할머니는 통영RCE가 나눠주는 교재와 공책에 이름 석자를 꼭꼭 눌러쓰면서 "못 배운 설움을 이제야 달랜다"고 눈물을 비추기도 했다.

곤리도 김종윤 이장은 "할아버지들은 학교라도 다녔지만 할머니들은 학교 근처에도 못 가본 분들이 많다"면서 "먹고 살만 해지고 나서도 늘 배움에 배고팠는데, 이렇게 섬에 직접 찾아와주니 고마울 뿐"이라고 할머니들이 수업에 열심인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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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대도의 한 할머니가 한글공부에 여념이 없다

연대도의 김필아 할머니는 "이제 글을 배우면 고지서가 무슨 뜻인지 몰라 엉뚱한 일을 겪는 설움이 가시겠다"고 책상 앞으로 당겨 앉았다.

통영RCE 변원정 팀장은 "도서지역의 반응이 이렇게 좋을 것이라곤 미처 생각 못 했다"며 "희망도서에 배움 마실을 상시적으로 여는 방안을 찾아 봐야겠다"며 주민들의 열의에 감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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