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시작되는 공존의 이야기
2025년 학교교육위원회 세미나 돌아보기
Writer_이우진 PD Posted_December 24, 2025

통영RCE학교교육위원회는 교실에서의 지속가능발전교육(ESD) 확산을 위해 만들어진 통영의 교사 네트워크입니다. 비전은 분명합니다. 형식교육에서의 ESD 확산.
그리고 그 비전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우리는 세 가지 미션을 품고 움직입니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연결되는 교사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ESD를 실천할 수 있는 교사 역량을 높이며, 결국 형식 교육과정 안에서 ESD가 “특별 활동”이 아니라 “수업의 방식”이 되도록 돕는 것.
이 모든 흐름을 지탱하는 핵심가치는 공존의 가치를 배움으로 나누는 ESD 교육 플랫폼이라는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공존은 가르치는 내용이 아니라, 함께 배우는 방식이다.”
2025년 학교교육위원회 세미나는 이 문장을 각기 다른 현장에서 확인하고, 학교 현장으로 가져갈 수 있는 실마리를 정리하는 과정이었습니다.
9월, 바다 위에서 ‘지역’을 다시 배우다
9월 세미나는 경상국립대학교 해양과학대학과 친환경 실습선 ‘새바다호’를 중심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통영’이라는 지역을 말할 때 우리는 늘 바다를 떠올리지만, 정작 교육의 현장에서 바다는 때때로 멀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번 세미나는 그 거리를 줄이는 시간이었습니다.
대학의 교육·연구 현장을 둘러보고, 해양을 다루는 방식과 관점을 듣고, 실습선에 올라 실제 장비와 운영을 살펴보며 우리는 자연스럽게 질문을 만들었습니다.
“이 장면을 교실로 가져온다면, 아이들은 어떤 질문을 던질까?”
“통영의 바다는 우리 수업에서 어떤 방식으로 살아 움직일 수 있을까?”
바다 위에서 느끼는 감각은 교실 안에서 읽는 문장과 다릅니다. 그래서 한 번의 탐방이 남기는 여운은 길었습니다. 단순히 ‘좋았다’에서 끝나지 않고, 수업으로 옮길 수 있는 구체적인 실마리들이 생겨났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컸습니다.

10월, 리빙랩으로 교실과 지역을 잇다
10월 세미나는 ‘방법’을 선물해 준 시간이었습니다. 리빙랩(Living Lab)은 결국 “지역의 문제를 실제로 만지고, 작게 실험하고, 다시 고쳐보는 학습”입니다.
세미나에서는 리빙랩의 개념과 필요성을 듣고, 학교 현장에서 진행된 다양한 환경·기후 활동 사례를 공유하며, 각 학교의 상황을 기준으로 “어떻게 설계하면 지속가능한 흐름이 될까”를 함께 고민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정답을 찾는 일이 아니라, 학교가 감당 가능한 크기로 실험을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크면 시작이 어렵고, 너무 작으면 의미가 흐려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의 사례를 보며 적정한 크기를 찾고, 단계(문제 정의–실행–피드백)를 세우고, 기록과 공유의 방식을 점검했습니다.
“바꾸는 힘은 의지가 아니라 구조에서 나온다.”
“실패는 좌절이 아니라, 다음 설계를 위한 데이터다.”
“프로젝트는 수업이 될 수 있다.”
리빙랩이 좋았던 이유는 ‘열심히 하기’가 아니라 ‘지속되게 하기’의 언어를 제공해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언어는 학교교육위원회가 앞으로도 더 많이 나누고 싶은 자원이기도 합니다.

12월, 겨울 숲에서 관찰과 질문의 힘을 확인하다
12월 세미나는 한려해상생태탐방원에서 진행된 에코 오리엔티어링과 겨울새 탐조 활동을 중심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겨울마다 통영 바다로 찾아오는 생명들을 관찰하고, 겨울 숲에 사는 작은 새들을 관찰하며 우리는 다시 한 번 기본으로 돌아갔습니다.
관찰–질문–기록–공유. ESD 수업의 핵심은 사실 이 네 단계만 살아 있어도 충분히 시작할 수 있습니다.
겨울새는 늘 거기 있지만, 우리가 ‘보는 법’을 잊으면 지나쳐버립니다. 반대로, 아이들에게 ‘보는 법’을 가르치고 나면 같은 숲이 전혀 다르게 열립니다. 그 차이는 지식의 양이 아니라 질문의 질에서 생깁니다.
“아이들이 달라지는 순간은 ‘알게 될 때’가 아니라 ‘보게 될 때’다.”
“기록은 배움의 흔적이 아니라, 배움의 다음 출발점이다.”
“관찰은 공존의 첫 번째 기술이다.”
이번 활동은 단지 체험이 아니라, 내년 수업을 위한 씨앗이었습니다.
어떤 학교에서는 탐조를 ‘수업의 시작 질문’으로 가져갈 수 있고, 어떤 학교에서는 오리엔티어링 방식을 교내 환경 프로젝트에 적용해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우리가 그 가능성을 함께 발견했고, 서로에게 영감을 주었다는 사실입니다.
한려해상생태탐방원은 통영RCE세자트라숲 시민교육위원회에도 소속된 기관입니다. 또한 2025년 학교교육위원회 가이드북에 소개된 비형식교육기관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비형식교육기관과의 연계가 궁금하시다면 가이드북을 함께 살펴보셔도 좋습니다.

ESD는 더 잘 가르치는 일이 아니라, 더 함께 배우는 일이다
올해 초부터 이어진 만남을 지나며 남은 공통의 감각이 있습니다.
“ESD는 더 잘 가르치는 일이 아니라, 더 함께 배우는 일이다.”
그리고 그 ‘함께’에는 교실 속 학생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학교 간의 교사, 지역 기관, 대학, 그리고 우리 자신까지 포함됩니다.
2026년에는 더 많은 학교의 이야기를 서로에게 건네기 위해, 또 한 번의 ESD 시범교사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통영 곳곳에서 이미 시작된 다양한 실천 사례들을 더 촘촘히 기록하고 나누면서, 유치원·초·중·고라는 교급의 경계를 넘어 ESD를 실천하는 선생님들이 더 많이 생겨나길 기대합니다.
학교교육위원회는 앞으로도 통영의 교실에서 피어나는 변화들이 서로에게 닿을 수 있도록, 그리고 그 변화가 더 넓은 세상으로 번져갈 수 있도록 더 도움이 되는 네트워크로 성장해 나가겠습니다.
“교실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가, 결국 세상의 방향을 바꾼다.”
교실에서의 변화가 세상의 변화를 만든다는 믿음으로—
통영RCE학교교육위원회의 다음 걸음도 함께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