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적응 리빙랩, 주민과 함께하다 - ③
통영시 기후적응을 위한 실천
Writer_김세희 PD Posted_Dec 20, 2025

통영RCE세자트라숲은 연세대학교 기후적응 리빙랩 사업단의 성정희 교수, 최지은 박사와 함께 통영의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기후적응 리빙랩(Living Lab)을 지난 7월부터 통영 시민들과 함께 운영해 오고 있습니다.
약 5개월간 리빙랩 운영 참여자들과 함께 실효성 있는 맞춤형 대안 마련을 목표로 기후적응에 대한 문제 인식을 공유하고, 관계자 설문조사와 함께 현장과 지역사회를 아우르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직접 청취해 왔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기후변화로 인한 구체적인 위기 요인을 분석하고, 그 해법을 주민들과 함께 모색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 12일, 열린 통영 기후적응 리빙랩 워크숍을 통해 그동안 진행된 세 가지의 리빙랩의 과정과 중간 결과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일상 속 위험을 돌보다, 폭염에 대응하는 지역의 방식 - 폭염과 건강관리
최근 폭염일수가 증가하고 고령 인구 비율이 높은 통영의 특성을 고려해, 주민 참여 방식의 ‘폭염 기후적응 리빙랩’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폭염이 실제로 지역에서 얼마나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통영 용남면 어르신 1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설문 결과, 응답자의 66%가 70대 이상이었으며 최근 5년 이내 폭염으로 건강이 나빠졌다고 응답한 비율은 55.6%로 나타났습니다. 주요 증상은 어지러움·구역감, 탈수, 두통 등이었고, 폭염을 심각하게 느끼는 비율은 89.1%에 달했습니다. 반면 폭염특보를 매일 확인하는 비율은 5.3%, 그늘쉼터 이용률은 22.8%에 그쳐 인식과 실천 사이의 간극이 확인되었습니다.
이와 함께 시청·119·시의회·마을 활동가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일괄적인 정보 전달 방식은 어르신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않으며, 신고·응급처치 등 핵심 대응 지식 부족, 그늘 인프라와 예산·운영의 한계, 일회성 교육의 낮은 효과성이 주요 문제로 공유되었습니다. 이에 리빙랩은 ‘어르신 맞춤형 교육자료’를 중심 해법으로 삼아, 찾아가는 대면 교육과 이해하기 쉬운 자료 구성으로 해결책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폭염 대응은 사전 회피를 넘어, 노출 이후 대응과 회복까지 아우르는 생활 밀착형 기후적응 전략으로 확장되어야 합니다.
변하는 바다에서 지키는 안전, 현장에서 다시 묻다 - 낚시배 안전
기후변화로 변화하는 해양 환경 속에서 낚시배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두 번째 '낚시배 기후적응 리빙랩'이 시작되었습니다. 낚시어선업자·선원·낚시객과 해양경찰·지자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통해 현장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했습니다.
7~8월에는 운영계획 정비와 사전 면담을 진행했으며, 낚시인은 QR 설문으로, 선주와 관계자는 인터뷰·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는 방식과 홍보 채널을 마련했습니다. 9월 현장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2%가 기후변화가 낚시배 안전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으며, 동일한 비율로 기후적응과 연계한 안전교육의 필요성에 공감했습니다.
특히 참여자들은 위험 낚시지역 구분법, 응급처치와 구조 대응 등 현장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정보에 대한 요구가 높았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10월에는 추가 의견 수렴을 진행했고, 11월부터는 주요 갯바위 포인트 조사와 함께 안전수칙·법규·풍향·풍속 분석을 담은 ‘기후적응 낚시안전 가이드북(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 앞의 생업, 양식 현장에서 찾는 적응의 해법 - 가두리 양식
세 번째 '어업·양식업 기후적응 리빙랩'은 설문조사보다는 현장 인터뷰를 중심으로 굴양식·가두리양식 종사자들의 경험을 수집하며, 기후변화로 인한 현실적인 어려움에 집중했습니다.
현장에서는 고수온으로 인한 폐사와 소비 둔화, 강해진 가을 태풍, 길어진 냉수대로 인한 성장 둔화와 출하량 감소가 반복적으로 언급되었습니다. 특히 가두리양식의 경우 사료비 부담 증가가 큰 문제로 지적되었습니다.
이해관계자들이 제안한 해결책으로는 오폐수 처리장 설치, 냉각·산소 공급 장비 도입, 어장 간 거리두기, 부산물 처리비 부담 완화, 친환경 부표 지원 등이 있었으며, 동시에 사료 가격 안정, 실질적인 손해 보상, 수입 쿼터 조정 등 정책적 지원 요구도 제시되었습니다. 아울러 종자(DNA) 개량, 스마트양식 전환, 밀실·육상양식 확대, 고수온 대응 품종 산업화 등 장기 전략에 대한 제안도 함께 도출되었습니다. 현재 리빙랩에서는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실제 적용 가능한 해법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습니다.

기후적응은 계획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에서 직접 실험하고 검증되는 과정을 통해 완성됩니다.
통영의 기후적응 리빙랩은 해법보다 먼저, 지역의 목소리를 모으는 데서 시작했습니다.
기후적응은 답을 먼저 정하는 일이 아니라, 지역의 질문을 끝까지 따라가는 과정입니다.
통영의 기후적응 리빙랩은 ‘무엇이 문제인가’에서 출발해, ‘어떻게 함께 대응할 것인가’로 질문을 확장해 왔습니다.
질문에서 실천으로, 통영의 기후적응은 계속된다!
2026년에는 통영RCE와 연세대학교 기후적응 리빙랩 사업단이 리빙랩 운영 참여자들과 함께 공동 창출한 결과물을 현장에서 직접 실험하며, 통영 맞춤형 기후적응 방법을 찾아가는 여정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기후위기는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하지만 지역의 경험과 주민의 참여가 축적될 때, 변화는 분명한 방향을 갖게 됩니다.
교육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안전은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을까요?
‘계획’을 넘어 ‘실천’으로 이어지는 2026년의 기후적응 리빙랩을 기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