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봄학기 ‘가르치지않는학교’에서 피어난 배움의 순간들
숲이 들려주는 봄 이야기, 아이들이 자라는 시간
Writer_김세희 PD Posted_April 5, 2025
아이들에게 꼭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요? 때로는 '가르치지않음'이 더 깊은 배움을 남기기도 합니다.
통영RCE세자트라숲에서는 초등학교 1~3학년 아이들을 위한 특별한 학교, '가르치지않는학교'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정해진 시간표도, 칠판도, 교과서도 없는 이곳에서는 날씨에 따라, 꽃의 피고 지는 순서에 따라 배움이 흘러갑니다.
숲에서 배우는 '함께'라는 의미
'가르치지않는학교'는 자연 속에서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며 스스로 규칙을 만들고, 서로를 배려하는 방법을 배우는 프로그램입니다. 첫 만남에서는 세자트라숲 곳곳을 자유롭게 탐험했습니다. 새롭게 만난 친구들과 함께 걸으며, 숲에 있는 나무와 풀, 돌멩이 하나까지도 신기한 듯 바라보았어요.
"여긴 뭐하는 곳이에요?"
"이거 만져봐도 돼요?"
수많은 질문 속에서 자연스럽게 호기심과 탐구심이 자라납니다. 함께 탐험하는 시간 동안 친구들에게 조심히 돌 위를 건너는 법을 알려주었고, 또 친구의 손을 먼저 잡아주기도 했죠.
탐험을 마친 후, 우리는 함께 지켜야 할 규칙도 정했습니다.
✿ 나뭇가지로 친구를 찌르지 않기
✿ 곤충과 작은 생명도 소중하게 다루기
✿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고 다시 자연으로 돌려주기
...
...
아이들은 직접 규칙을 정하면서 책임감을 느끼고, 서로를 배려하는 법을 배워 갑니다. 이 시간은 단순한 약속이 아니라, 함께 협동하고, 사이좋게 지내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랍니다. 가르치지않는학교에서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아이들의 사회성과 공감 능력을 자라게 합니다.
자연이 주는 선물, 아이들이 만들어낸 근사한 화전과 시 한입
두 번째 만남에서는 봄을 가득 품은 숲을 탐험하며 꽃을 관찰했습니다. 개나리, 진달래, 민들레, 벚꽃. 아이들은 하나하나 이름을 부르며 가까이 다가갔어요.
"이 꽃 만져봐도 돼요?"
"진달래는 먹을 수도 있어요?"
궁금증이 이어졌고, 직접 꽃을 따서 통영의 전통 방식으로 화전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따뜻한 불판 위에서 노릇노릇 부쳐진 진달래 화전은 향긋하고 달콤한 향을 품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조심스레 한 입씩 먹어보며,
"와, 꽃이 이렇게 맛있어요?"
"이거 우리 할머니가 해주시던 거랑 비슷해요!" 라며 즐거워 했습니다.
봄날, 숲속에서의 특별한 경험은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꽃을 관찰하며 노오-란 민들레에 눈길을 오래 주었던 시준이는 시를 지어서 세자트라숲에 선물해주었어요.
✿ 민들레- 유시준
민들레씨앗이 벚꽃처럼
떨어진다 사람들이 민들레
씨앗을쳐다 본다
길눈어두운손님도보신다
키 작은 민들레를 바라보며 떠올린 이 짧은 시는, 자연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섬세한 감성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배움은 가르침 속에서만 자라는 것이 아닙니다. 숲에서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보고 느끼고 표현하며 자신만의 배움을 만들어갑니다.
자연에서 푸릇푸릇 자라는 아이들
숲에서의 하루는 언제나 다채롭습니다. 밧줄을 잡고 서로 의지하며 놀이하는 날도 있고, 기후변화로 달라진 숲의 모습을 살펴보며 우리가 지켜야 할 자연을 고민하는 날도 있습니다. 쓰레기와 바다 생물을 함께 바라보며 '진짜'와 '가짜'를 구분해보는 시간, 세자트라숲의 소리를 찾아 함께 연주해보는 날도 기다리고 있답니다.
세자트라숲 가는 날이 제.일. 좋아요!
참여한 아이들은 세자트라숲에 가는 날이 제일 재밌는 날이라고 말합니다. 스스로 놀잇거리를 찾아내고, 친구를 배려하는 법을 배우고, 자신감을 키워나가는 시간들은 아이들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성장의 순간입니다. '가르치지않는학교'는 함께 자연과 연결되고, 공존을 배우고 싶은 모두를 위한 배움의 장입니다. 봄날 숲속에서 피어난 배움의 순간들을 여러분께 나눕니다. 가르치지 않아도, 아이들은 배웁니다. 숲에서, 서로에게서, 그리고 스스로의 마음에서.
“아이에게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게 하라.
아이는 가르침에 의해 배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해냄으로써 알게 되어야 한다.”
- 루소, 『에밀』
"Il faut laisser à l’enfant le soin de résoudre lui-même les difficultés de la science qu’il apprend.
Il n’apprend pas par ce qu’on lui dit, mais par ce qu’il découvre lui-même."
– Jean-Jacques Rousseau, 『Em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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