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다시 찾아온 반가운 리딩세자트라 소식
SDGs 3 우리는 매일 죽음을 입는다
Writer_ESD강사 2기 염귀랑, 4기 조복연, 6기 이리나 선생님 Posted_November 27, 2024
어느덧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장이 부족해 보이고, 자연스럽게 “새 옷 한번 사볼까?”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런데 매일 피부에 닿는 옷이 우리 건강과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깊이 고민해본 적 있는가? <우리는 매일 죽음을 입습니다>는 우리가 무심코 고른 옷 한 벌이 남기는 건강과 지구의 흔적을 낱낱이 밝혀주는 책이다. 이 책은 항공사 승무원들의 집단 건강 피해 사례를 시작으로 패스트패션에 숨겨진 독성과 치명적인 위험을 추적한다. 화려하고 편리한 옷 뒤에 감춰진 독성 화학물질, 환경 오염, 그리고 그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생생히 보여준다. ‘옷’이라는 소비재가 단순히 우리의 일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과 지구에 얼마나 깊은 영향을 미치는지 깨닫게 한다. 이 책을 읽는 순간, 옷과 소비를 바라보는 당신의 시선이 완전히 바뀔지도 모른다. 이번 겨울, 옷장 속 숨겨진 진실을 마주할 준비가 되었는가?
새 옷, 빨아 입으시나요?
인터넷 기반 지역 커뮤니티에 심심찮게 올라오는 질문이 있다. ‘옷을 사면 빨아 입으시나요?’ 이에 대한 댓글은 반반이다. 빨아 입으라는 의견만큼이나 그래도 새 옷이니 그냥 입으라는 의견이 많다. 오늘 소개할 책 <우리는 매일 죽음을 입는다>를 읽고 나면 ‘반드시 빨아 입어야 한다’로 댓글을 바꿔 달게 될 것이고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의 소개 글처럼 일단 이 책을 읽으면 절대 읽기 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 그만큼 이 책에는 충격적이고 강력하지만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들이 가득하다. 이 책이 살충제 DDT의 위험성을 처음으로 세상에 알린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에 비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항공사 유니폼이 드러낸 치명적 진실
<우리는 매일 죽음을 입습니다>는 패션 산업이 사용하는 유해 화학 물질과 그로 인한 건강 및 환경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책이다. 저자가 패션의 유해성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항공사 승무원들이 새 유니폼을 입은 뒤 단체로 두드러기, 발진, 천식, 탈모 등을 겪고 집단 소송을 제기한 사건 때문이었다. 승무원들의 유니폼은 방수, 오염 방지, 구김 방지, 곰팡이 방지, 냄새 방지 기능과, 항공사를 상징하는 밝고 채도 높은 색상을 내기 위해 수많은 화학 물질이 사용되었고 마감재에도 못지않은 유독 물질이 쓰였다. 여러 사람이 폐쇄된 환경에서 똑같은 옷을 입고 생활한 덕분에 항공사 승무원의 유니폼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나아가 일반 의류에도 독성 물질이 포함될 수 있음을 경고하는 사례로 남았다.
패스트패션의 숨겨진 어두운 이면_나와 지구의 건강
이 사건을 시작으로 저자 올든 워커는 화려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패스트패션(최신 유행을 즉각 반영하여 빠르게 제작하고 빠르게 유통시키는 의류를 가리키는 말)의 이면에 감춰진 독성 물질의 실체를 파헤친다. 섬유 염색, 가공, 방수 처리 등 의류 제작 과정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화학물질들은 환경을 오염시키고 패션 산업 종사자와 소비자들에게 큰 피해를 끼친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워커는 여러 사례 연구와 과학적 증거를 통해 패션 제품이 우리 피부를 통해 독성 화학물질을 전달하며, 알레르기, 호흡기 문제, 심지어는 암과 같은 심각한 질병을 유발할 수 있음을 설명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판매되는 수많은 옷들이 유해한 화학 물질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이다. 책에서는 수은, 납, 카드뮴과 같은 중금속이 섬유 처리에 사용되며, 이러한 물질들이 수질과 토양을 오염시켜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더욱이 이러한 유해 화학물질의 사용이 주로 노동자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고 있음을 지적한다. 인도와 방글라데시 등 패션산업이 밀집된 지역의 공장 노동자들은 안전장치 없이 독성 물질에 노출되어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 이들은 기본적인 건강 보호 장치나 규제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일하기 때문에, 패션산업의 성장과 맞물려 더욱 큰 위험을 감수하게 된다.
한편 일반인이 옷의 독성 때문에 피로, 불안, 불임 같은 문제를 겪는다면 이를 알아차리고 증명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되지 않은 산업용 화학물질이 미국에서만 4만에서 6만 개에 이르는데, 그중 어떤 것이 옷에 들어가는지 성분 표시조차 되지 않고 있다. 소비자는 물론이고 옷을 만드는 제조업자나 판매하는 사람조차 옷을 만드는 데 어떤 화학물질이 사용되었는지 알지 못한다. 화학 회사가 이를 은폐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모르는 '독성 옷'의 성분
일반 소비자들이 성분을 알지 못한 채 화학 물질에 노출되는 경우 몇 가지를 소개한다. 과불화화합물로 처리한 옷은 무게도 가볍고 공기도 잘 통하면서 얼룩과 물을 튕겨 내 등산화, 비옷, 스키복, 수영복 등에 제격이다. 폴리에스테르 옷감에 가소제로 첨가하는 프탈레이트와 비스페놀은 대표적인 환경호르몬이고, 합성섬유 염색에 흔히 쓰이는 아조 분산염료는 치명적인 발암물질이다. 다림질이 필요 없는 링클프리 바지, 화려한 색상의 에나멜 구두, 신축성 좋은 레깅스, 빗물에 강한 등산화의 편리한 기능은 과불화화합물 같은 독성 화합물질이나 코팅 덕분에 가능하다. 이렇게 가공된 옷에서 떨어져 나온 유해 성분들은 피부 뿐 아니라 집 먼지를 통해 우리 몸으로 흡수된다. 미국 듀크대 연구팀이 어린 자녀가 있는 가구 124곳의 집 먼지를 분석한 결과, 모든 집에서 합성섬유 염색에 쓰이는 ‘아조 분산염료’가 검출됐다. 옷에 묻은 염료가 떨어져 나간 뒤 공기 중에 떠다니다 호흡기를 통해 침투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기업과 소비자의 변화, 선택은 지금부터
워커는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소비자와 기업이 모두 변화할 필요가 있음을 역설한다. 소비자에게는 '독성 없는' 패션 제품을 찾고, 친환경 인증을 확인하는 등 보다 건강한 선택을 할 것을 권장한다. 동시에 패션기업에는 화학물질 사용에 대한 투명성을 확보하고 독성물질 배출을 줄일 것을 촉구한다. 이는 단순히 기업 이미지 개선이 아니라, 환경과 인류 건강을 위한 필수적인 변화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안전한 옷을 고르고 관리하는 10가지 방법
끝으로 저자가 추천하는 ‘독성 없는 옷을 고르고 관리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1. 모조품,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 및 울트라 패스트패션 브랜드는 피한다.
2. 신뢰할 수 있는 회사를 찾는다. 많은 소비자가 천연 소재 제품을 사면 안전할 거라고 믿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흰색 면 블라우스에 얼룩 방지용 과불화합물이나 구김방지 마감처리 등 매우 많은 화학 물질을 사용한다. 따라서 모든 생산 및 공급과정에서 유독물질 사용을 확인하고 그런 물질을 제거하는데 신경 쓰는 브랜드를 찾아야 한다.
3. 제3자 인증라벨을 확인한다. GOTS, 오코텍스 라벨, 블루사인 등이 있다.
4. 가능하면 천연소재를 이용한다. 면, 실크, 대마, 캐시미어, 리넨, 알파카, 레이온, 리오셀(텐셀), 모달 등의 소재와 천연 자수와 유리비즈장식을 사용한 옷을 선택한다.
5. 기능성 소재를 피한다. 발수성, 얼룩방지, 구김방지, 손쉬운 관리 등의 기능은 과불화합물 같은 독성화학물질이나 코팅 덕분에 가능하다.
6. 채도가 높은 색, 지나치게 밝은 색, 형광색은 피한다.
7. 옷을 입기 전에 무향세제로 세탁한다.
8. 드라이클리닝을 피한다.
9. 중고품을 사거나 교환한다.
10. 자신의 코를 믿는다.
‘생의 모든 순간 피부 가장 가까운 곳에서우리와 함께 숨 쉬는 옷의 진짜 정체에 대해 이제는 더 이상 모른 체 할 수 없다.'<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저자 이소연의 추천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