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자트라숲 이야기

[칼럼] 통영RCE세자트라숲에서 일하고 있어요

  • 2024-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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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디서 일 해?"

[칼럼] 통영RCE세자트라숲에서 일하고 있어요

 Writer_이우진 PD     Posted_July 2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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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디서 일해?', '너는 어떤 일을 해?', '통영에 있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 친구들이 하나 둘 취업을 시작하고 가장 많이 듣는 질문들이다. 질문을 들은 나는 한참을 고민한다. 내가 하고 있고, 좋아하는 이 일을 짧게 설명하고 멈추기에는 입이 근질거린다. 좋은 기회를 얻어 질문에 대한 답을 써 내려가 본다.    

 

8cb750b1116cf228745ebcf8f236f55e_1590625458_7774.jpg변화하는 통영, 변하지 않는 꿈

 

통영에 거주한 지 만으로 26년이 되었다. 그동안 통영에는 터널이 생기고, 하나이던 대형마트가 두 개가 되었다. 영화관은 여전히 하나밖에 없지만, 리클라이너관이 있다. 대도시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스타벅스는 두 개가 되었다. 이제는 "너희 집 앞에 바다 보이냐?"는 질문에도 "그렇다"라고, "스타벅스가 있냐?"는 질문에도 "그렇다. 심지어 두 개나 있다"라고 답할 수 있다. 동피랑의 벽화는 물론, 서피랑의 계단도, 디지털 기반의 디피랑도 유명해졌다. 케이블카와 루지는 어느덧 친구들이 놀러 오면 방문해야 하는 필수 코스가 되었다. 한때는 통제영 12공방의 도시였던 곳이, 조선업의 도시가 되더니, 이제는 명실상부 관광의 도시가 되었다.


이렇게 10년이면 강산도 변한 다는데, 나는 아직 변함없이 통영에 살고 있다. 그것도 고등학생 때 꿈꾸던 마음을 변함없이 안고 말이다. 통영 청소년들과 함께 지역에서 세계적으로 생각하고 ‘통영’이라는 지역에서부터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움직여보겠다는 작지만 거창한 꿈이다. 스물 네 가지 절기가 지나는 것을 눈으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통영RCE세자트라숲’을 터전으로 지속 가능의 꿈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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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cb750b1116cf228745ebcf8f236f55e_1590625458_7774.jpg통영 청소년 문제 해결 프로젝트: 브릿지투더월드

 

<브릿지투더월드>는 2008년부터 진행된 통영청소년문제해결 프로젝트이다. 통영 청소년의 눈으로 바라본 지역의 문제를 청소년이 직접 해결한다. 전통, 향토 음식, 의식주와 같은 주제부터 축제, 여가 생활과 같이 그들의 삶과 직접적인 영향이 있는 주제까지 매우 다양하다. 청소년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나’, ‘내가 사는 지역‘, 그리고 ‘세상’을 알게 된다. 매년 진행되는 프로그램에 새로운 청소년들이, 새로운 이야기들을 들고 온다. 


나는 브릿지투더월드 제6기에 참여했다. 약 1년간 '통영 청소년 행복찾기'라는 주제로 우리 지역이 가진 문제점을 찾고, 그것을 더 좋은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이 경험 속에서, 지역에서부터 교육을 통한 지속가능한 변화를 만들어 우리가 현재 마주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해나가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 교육이라는 연결고리로 우리는 지역에서도 변화를 만들 수 있고, 그 변화를 세상 모든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했다.


다른 고등학생·대학생들과 다름없이 서울에 있는 대학 진학을 원했고 서울에서 일을 하고 싶었던 적도 있다. 하지만 결국 돌아온 곳은 통영이다. 대학시절 마음에 품은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활동을 위해 이곳저곳을 둘러보았지만 모든 활동은 서울에 있었다. 4시간 버스를 타고 5시간 정도의 정규 활동에 참가한 후 다시 4시간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오면 자정이 되어 있었다. '지속가능발전교육이라고 했는데, 서울에 살아야지만 지속가능해질 수 있는 걸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그리고 대학에서부터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 수 있는 활동들을 하나둘 개척해나갔다. 동아리를 창단하고, 영어잡지사에서 기사를 쓰고, 지역주민들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활동을 하면 할수록 '지역'이라는 키워드에 빠져들었다. 이 모든 것이 하나의 별처럼 연결되어, '통영RCE세자트라숲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이가 되고 싶다'는 꿈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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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시작된 브릿지투더월드는 이제 16년 차를 맞이했다. 900여 명의 학생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지속 가능한 통영을 꿈꿨다. 그 중 217명의 학생들은 전 세계 RCE 도시로 탐방을 떠나 사례를 나누고 배워 왔다. 이러한 시간들 속에서 청소년들이 만들어낸 변화들은 통영과 학교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중에는 통영 누비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 '누비 명찰'을 학교에 도입한 사례를 가 있는가 하면 또한, 통영 내 공정무역 인식 확산을 위해 학교 매점에 공정무역 초콜릿을 도입하고, 체육 시간에 공정무역 축구공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사례도 있었다.


그들 중 한 명의 학생이었던 나는 이제 프로그램을 책임져 운영하는 PD로 청소년들을 만나고 있다. 23년에는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에서 움직이자'라는 대주제 속에서 통영 오광대, 전통 음식 알리기, 청소년과 지속 가능한 발전 교육, 지속 가능한 해양 생태계, 청소년과 장애인의 공존, 통영 청소년의 애향심이라는 6개의 주제로 활동이 진행되었고, 말레이시아 페낭 RCE, 일본 추부 RCE, 태국 뜨랑 RCE, 그리고 서울, 부산, 제주로 주제 탐방을 다녀왔다. 이후 학생들은 지역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하여 행동으로 펼쳐내었다. 직접 만든 환경 MBTI를 중학교 1학년 자유학기제 교과서에 삽입하고,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통영 바이브'라는 지역 애향심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으며 지역 주민들과 함께 플로깅을 진행하고 매뉴얼을 만드는 등  주제별로 통영에서 진행할 수 있는 활동을 모색하고 실천했다.


24년 브릿지투더월드의 열여섯 번째 이야기는 '통영 청소년, 지속가능한 행복 찾기'라는 주제 속에 진행되고 있다. 지속 가능한 미래와 나의 삶의 행복을 연관지어 생각해 보며 통영과 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그려보는 프로젝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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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cb750b1116cf228745ebcf8f236f55e_1590625458_7774.jpg통영RCE세자트라숲에서 만드는 지속 가능한 꿈 


 '지속가능발전교육'과 '지역'은 나의 삶의 키워드로 자리 잡은 후, 내가 배운 것을 그저 ‘앎’에서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나의 주변 ‘사람’과 함께하는 것. 브릿지투더월드를 통해 배운 것이자, 이를 통해 함께 만들고 싶은 지속가능한 꿈이다.


세자트라숲을 지키는 숲지기들과 이곳을 방문하고 아끼는 모든 사람들은 모두 그 이유를 가지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누군가는 다가올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을 위해서, 누군가는 나의 미래를 위해서, 누군가는 우리 지역의 미래를 위해서.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만들고, 다함께 펼쳐내고 있다. 그래서인지 초록빛 숲은 늘 밝은 에너지가 가득하다. 


누군가가 통영RCE세자트라숲을 마블 영화 <블랙팬서> 속 '와칸다'라고 표현한 것을 들었다. 재미있고 공감가는 표현이었다. '와칸다'는 폭포수를 넘어 들어가면 나오는 엄청난 기술력과 아름다운 자연을 가진 곳이다. 숲이라는 공간 속에 숨어 지역과 세상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 유사한 부분이 있다. 누군가가 꿈을 이루고, 누군가는 꿈을 꾸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이 공간에서 어떤 변화를 만들어나갈지 기대해주길 바란다. 


혹시 아직 통영의 와칸다를 방문해본 경험이 없다면, 스물네 가지 절기 중 한 날을 선택해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방문해준 당신과 함께 지속가능한 미래를 논하고 만들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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