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지구를 망치고 있는 내 옷장
Writer_김민지 PD Posted_March 21, 2024
우리는 매일 아침마다 무엇을 입고 나갈지 고민을 합니다. 저 또한 매일 아침 출근하기 전, 옷장 앞에서의 시간을 가장 오래 보내는데요. 이 글을 보고 계시는 독자님들께서도 매일 아침 저와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시진 않으신가요? 영국의 한 패션기업에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성인 여성은 평균 동안 옷을 고르는데 6개월을 보낸다고 합니다. 6개월을 시간으로 환산하면 4,380시간이라고 합니다. 물론 6개월도 짧은 시간이 아니지만 시간으로 환산하니 정말 많은 시간을 옷장 앞에서 고민하고 있는 것이 확연하게 나타납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추가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더니 성인 남녀가 옷을 고르는데 이토록 긴 시간을 보내는 이유는 옷이 없어서가 아닌 옷이 너무 많아서 였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매일 아침, 그리고 계절이 바뀔 때 마다 꼭 옷장 앞에 서서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나 대체 작년에 뭐 입고 다녔더라?”, “왜 이렇게 입을 옷이 없지?”입니다. 옷장의 옷이 쏟아져 흘러넘치면서도 입을 옷이 없어 고민을 하는 하루를 시작으로 패션과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옷장에 옷이 넘치지만 입을 옷이 없다는 것은 우리의 소비가 유행에 따라 옷을 계속해서 소비하고 있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빠른 유행에 따라 빠르게 바뀌는 의류 트렌드는 우리의 과소비를 유도하기도 하지만 환경에도 엄청난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대량’으로 제작해 ‘저렴한’가격으로 유통하는 시스템으로 ‘쉽게’ 옷을 사고, ‘빠르게’ 버리는 문화를 확산시키는 의류는 보통 패스트패션이 많은데요. 이러한 시스템을 갖춘 브랜드를 SPA브랜드라고 하며, 대표적으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라, 유니클로, H&M, 스파오 등이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패스트패션이란 주문을 하면 바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인 패스트푸드(Fast food)처럼, 빠르게 제작되어 빠르게 유통된다는 의미에서 패스트패션(Fast fashion)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패스트패션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
그런데 이런 패스트패션이 환경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냐면요.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과 수질오염 그리고 버려지는 옷들의 폐기과정과 토양오염, 뿐만 아니라 제조과정에서는 노동인권과 관련된 문제까지 다양한 문제들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티셔츠 한 장과 청바지 한 벌이 만들어지는데 사용되는 물이 얼마나 되는지 아시나요? 티셔츠 한 장이 제작될 때 필요한 물의 양은 2,700L, 청바지 한 벌이 제작될 때 7,000L가 사용된다고 합니다. 티셔츠 한 장은 3년 동안 한 사람이 마실 물의 양이구요. 청바지는 무려 7년 동안 한 사람이 마실 물의 양과 동일하다고 합니다. 더불어 유행 변화에 따라 의류를 생산하는 만큼 생산 과정에서도 엄청난 이산화탄소가 발생된다고 합니다. 그 양이 전 세계 배출량의 10%를 차지하며 의류생산에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라는 점은 놀랍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매년 전 세계적으로 1,000억벌의 옷이 만들어지는데 이 중에서 같은 해에 버려지는 옷은 330억벌 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얼마나 생산되고 폐기되는지 통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만 2020년 생활폐기물 통계를 보면 ‘분리배출된 폐의류 발생량’이 8만 2423톤, 사업장 폐기물이 3,628톤으로 대부분 패션 재고, 폐원단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발생한 폐기물이 된 의류는 지구에서 골칫거리가 됩니다.
그렇다면 그 많던 헌 옷들은 어디로 갈까요? 버려진 옷의 5%는 국내 구제시장에서 재판매 되지만, 그 외 95%는 아프리카와 동남아 등을 통해 재수출 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고 의류 수출액 기준으로 5위를 할 만큼 많은 옷을 수출하고 있습니다(2019년 기준). 수출국은 가나를 포함한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의 국가로 선진국으로부터 의류 폐기물을 수입하고 선별하여 재활용·재사용하지만, 이때 선별되지 못한 옷들은 방치된 쓰레기 산을 이루게 됩니다. 그 양이 어마어마하여 우주에서도 옷으로 뒤덮여진 칠레의 한 사막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미 사막의 생물 다양성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의 건강도 위협하고 있습니다.
패스트패션의 노동착취 문제
패스트패션 회사들은 개발도상국에 공장을 세워서 옷을 만드는 비용을 절약합니다. 그 과정에서 패스트패션의 노동착취에 대한 또 다른 문제가 야기됩니다. 유행주기가 짧고 값이 싼 제품들의 생산과 판매 과정에서 이윤을 남기기 위해 패션 브랜드는 의류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를 강화하는 구조를 만들어냈습니다. 대표적인 국가는 방글라데시로 패스트패션 회사의 공장이 많은 나라 중 하나입니다. 방글라데시의 노동자들은 SPA브랜드들의 엄청난 물량과 짧은 납기를 맞추기 위해 한 시간 동안 일하는 대가로 단돈 260원의 시급을 받으며,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건물에서 노동자들은 두려움에 떨며 하루에 10시간이 넘도록 일을 합니다. 그리고 결국 2013년 4월 24일, 방글라데시 라나 플라자 붕괴사고가 발생하며 1,134명의 노동자가 숨지는 참사가 발생하였습니다. 이를 계기로 패스트 패션에 대한 노동, 인권 문제에 대한 각성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슬로우패션으로
지구를 빠르게 망가뜨리는 패스트패션을 막기 위해 우리는 어떤 대안을 찾을 수 있을까요? 전문가들은 패스트패션의 반대인 ‘슬로우 패션(Slow Fashion)’을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슬로우패션은 유행을 따르지 않고 지속가능한 소재와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옷을 생산하고 소비속도를 늦추는 것입니다. 또는 당근마켓, 중고나라 등을 이용한 중고거래를 활성화하여 더 이상 입지 않는 옷을 폐기하는 것 대신 다른 사람에게 판매하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환경을 위한다면 이미 가지고 있는 옷들을 오래 입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평생 같은 옷만 입을 수는 없죠. 과거 부모님이 입으셨던 옷들이 재조명되기도 하고 옛 트렌드 요소들이 현세대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처럼, 패션의 유행은 빠르게 돌고 돌아 소비됩니다. 이럴 땐 지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다시입다연구소의 ‘21프로 파티’를 추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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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트라숲 독자님께서도 ‘패스트패션’과의 이별을 고하고 대신 ‘슬로우 패션’을 만나보는건 어떨까요? 옷장 속 안 입는 옷으로 우리 함께 지구를 구해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