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글로벌 협력의 현장
제14차 세계RCE총회에 가다
Writer_이우진 PD Posted_October 30, 2025

2025년 10월 21일부터 23일까지 일본 오카야마에서 제14차 세계RCE총회가 개최되었습니다. 올해는 RCE 창립 20주년을 맞아 아프리카 및 중동, 아메리카, 아시아태평양, 유럽 등 전 세계 RCE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난 20년의 여정을 돌아보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새로운 배움의 방향을 함께 모색했습니다. 특히 이번 총회에서는 기존 세대의 열린 마음과 청년 세대의 도전이 만들어내는 혁신적인 변화의 가능성을 강조습니다. 그 현장에서 오간 대화와 인사이트를 전해드립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학습', 다시 생각하다
“Rethinking Learning for a Sustainable Future: 20 Years of RCE Action and Innovation”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학습을 다시 생각하다 – RCE의 20년 실천과 혁신
배움이란 단어는 언제나 우리 곁에 있었지만, 이제 우리는 그 의미를 새롭게 조명합다. ‘배운다’는 것은 단순한 지식 축적이 아니라, 세대와 지역, 그리고 지구를 잇는 실천의 과정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2025년 제14차 세계총회는 전 세계 260여 명이 모여, 바로 이 '배움'의 의미를 다시 묻는 자리였습니다. 교육은 제도 안에 머무르지 않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자라나는 일이라는 사실을 참가자 모두가 다시 확인했습니다.

RCE의 여정, 다시 연결되다
10월 21일, 첫째 날 개막식은 지난 20년간 RCE 네트워크가 걸어온 길을 되짚으며, '배움의 연결이 어떻게 세상을 바꿔왔는가'를 함께 성찰하는 자리였습니다. 유엔대학 칠리지 마르왈라 총장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지역사회 기반 학습이야말로 체계적 변화를 이끄는 가장 강력한 힘"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RCE 네트워크가 지난 20년 동안 보여준 협력의 여정을 "교육이 실천으로 이어지는 혁신의 모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오모리 마사오 오카야마 시장은 "RCE 오카야마는 2005년 세계 최초의 RCE 중 하나로 출범해 시민이 주도하는 지속가능성의 도시 모델을 실천해왔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는 "ESD가 단지 학교의 교육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오카야마가 지향해 온 '도시 전체가 함께 배우는 공동체(learning city)'의 철학을 전했습니다.
이어 구로베 카즈타카 일본 환경성 환경교육국장은 RCE 네트워크의 20년을 "로컬과 글로벌이 만나 현실의 변화를 만들어낸 성공 사례"라고 평가하며, "앞으로의 20년은 그 연결을 더욱 확장시켜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유엔대학의 야마구치 시노부 소장은 RCE 20주년 기념 출판물 『Learning, Collaborating and Transforming: The 20-Year Journey of the Global RCE Network』의 발간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지난 20년간의 협력 사례와 혁신의 여정을 기록하며, “학습을 통해 협력하고, 협력을 통해 세상을 바꾸자”는 새로운 행동의 촉구(Call to Action)를 전했습니다.
이어진 전체회의에서는 아프리카, 아메리카, 아시아태평양, 유럽 등 각 지역 RCE 대표들이 지난 20년간의 변화와 교훈을 공유했습니다.
아프리카 지역은 시민사회의 참여와 NGO 협력의 강화,
아메리카 지역은 ESD의 제도적 확산과 정책 연계,
유럽은 지역 거버넌스와 학습 도시 모델의 확장,
아시아태평양은 세대 간·문화 간 협력과 청년 리더십의 성장을 중심으로
각자의 경험을 나누며 RCE 네트워크가 어떻게 다층적인 생태계로 성장해왔는지 입증했습니.
첫 날의 시간은 그동안의 배움의 여정을 함께 걸어온 이들이 서로를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20년의 역사는 지역이 배우고 세계가 연결되는 과정의 증거였습니다.

사람, 사랑, 배움의 인간적 얼굴
2일차에는 사람과 사랑 그리고 배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부르키나파소의 압제 지그마 공주(Princess Abze Djihma)는 "포용적이고 평생에 걸친 학습이야말로 회복력 있는 공동체의 기반"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추진한 MamaLight Initiative를 통해 농촌 아동에게 태양광 조명을 보급해 학습 환경을 개선한 사례를 소개하며, 기술과 사랑, 지식과 인간성은 언제나 함께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날의 연단은 인간적인 이야기와 공감의 에너지로 가득했습니다. 압제 지그마 공주는 “배움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에서 시작된다”며, 사랑과 책임이 기술 혁신을 가능하게 한다고 전했습니다. 그녀의 메시지는 단지 개발의 언어가 아니라, “우리가 서로를 위해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주었습니다.

이어진 본회의에서는 아시아태평양, 유럽, 아메리카, 아프리카의 RCE Youth Coordinator가 중심이 되어 세대와 지역, 분야를 잇는 청년 주도의 프로젝트를 공유했습니다.
한국의 Bridge to the World를 포함해 아시아태평양, 아메리카, 아프리카, 유럽의 청년 주도 ESD 프로그램 사례가 차례로 발표되었습니다. 세션의 흥미로운 점은 어른과 청소년이 공존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라는 질문 아래 인터렉티브 세션을 두고 온오프라인 200여 명을 대상으로 즉석 설문을 진행한 것입니다. 공통적으로 모두 "함께 보내는 시간", "포용적인 마음"이 꼽혔습니다.

배움이란 제도 안의 교육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통해 배우는 과정, 그리고 서로를 향한 신뢰의 회복이라는 점이 강조되었습니다. 공주가 말한 ‘사랑의 기술’과 청년들이 보여준 ‘배움의 실천’은 결국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DAY 2의 오카야마는, 배움이 인간다운 얼굴을 되찾는 자리였습니다. 지속가능한 미래는 거대한 담론이 아니라, 서로의 삶에 귀 기울이는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그날의 현장에서 확인되었습니다.
지역에서 배우다
총회의 마지막 날, 참가자들은 회의장을 떠나 ‘배움의 도시 오카야마’의 현장을 직접 찾았습니다. 초등학교, 대학, 그리고 지역 공민관(kominkan)을 방문하며, 지속가능발전교육(ESD)이 어떻게 도시의 일상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가를 체험했습니다.
오카야마의 배움은 교실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초등학생이 지역 환경을 조사하고, 대학생이 지역 주민과 협력해 프로젝트를 운영하며, 공민관에서는 세대가 함께 지역의 문제를 토론합니다.
이처럼 학습이 곧 시민의 삶이 되는 구조는 오카야마가 지난 20년간 쌓아온 ‘살아 있는 학습 도시(Learning City)’의 결과이자 철학이었습니다. 현장 방문은 ‘교육이 삶을 변화시키는 과정’을 눈으로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한 교사는 “아이들이 배우는 동시에 마을을 가르친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처럼, 오카야마의 배움은 누가 가르치고 배우는가의 경계를 허물고, 공동체 전체가 하나의 학교가 되는 모델을 보여주었습니다.
세 번째 날의 오카야마는, 배움이 제도나 교실을 넘어 삶과 지역, 그리고 지구로 확장되는 현장이었습니다. 참가자들은 도시 곳곳에서 ‘배움이 실천이 되는 순간’을 마주하며, RCE 네트워크의 철학이 이미 지역의 삶 속에 뿌리내리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다시 생각한 '배움'의 의미
3일간의 여정을 마무리하며, 참가자들은 오카야마에서 다시 한 번 ‘배움’의 진짜 의미를 되새겼습니다.
총회 동안에는 RCE Awards와 ESD 오카야마 어워드가 시상되어 전 세계 각지에서 교육을 통해 지역의 변화를 이끌어온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조명되었습니다. 특히 통영RCE세자트라숲의 청소년 프로그램 <브릿지투더월드>는 그 고유성과 지속성, 그리고 청소년들이 주도로 지역을 바꾸는 변혁적인 태도와 주체성을 인정받아 청년 부문에서 대한민국 유일의 최우수 RCE 프로젝트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 날 폐회 세션에서는 「오카야마 선언(2025)」이 공식 채택되었습니다. 이 선언은 RCE 네트워크가 앞으로도 기후위기, 불평등, 생물다양성 손실, 디지털 전환, 평화와 웰빙 등 전 지구적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교육을 통한 체계적 전환(Systemic Transformation)’을 이어가겠다는 공동의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또한, 이번 총회를 기념한 『Learning, Collaborating and Transforming: The 20-Year Journey of the Global RCE Network』 보고서의 링크를 함께 공유해드립니다. 이 보고서는 지난 20년간의 협력의 여정을 기록하고, 앞으로 우리가 걸어가야 할 새로운 길에 대한 길잡이 역할을 해줄 예정입니다. (웹진 하단 링크 참조)
전 세계 260여 명이 모인 이번 총회는, 2005년 이후 약 200개의 지역 RCE가 이어온 협력의 역사를 함께 돌아보고 앞으로의 시간을 그리는 자리였습니다. 유엔대학(UNU-IAS)과 오카야마시가 공동 주최한 이 회의는 ‘Rethinking Learning for a Sustainable Future’라는 주제 아래, 배움이 제도에서 삶으로, 개인에서 공동체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주었습니다.
배움은 멀리 있지 않았습니다. 늘 그랬듯, 가장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배움과 나눔으로 자라온 세자트라숲, 우리는 이미 서로와 공존하고 배우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청소년으로부터, 선생님으로부터, 가장 가까이는 옆에 있는 동료들로부터. 그 모든 과정 과정들이 배움이었음을, 제14차 세계RCE총회에서의 시간은 그 잊기 쉬운 사실을 다시 일깨워준 순간이었습니다.
Learning, Collaborating and Transforming:The 20-Year Journey of the Global RCE Network발간: UNU-I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