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자트라숲 이야기

[칼럼] 우리, 30년 뒤에도 여행가자!

  • 2024-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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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의 지속가능한 여행 

우리, 30년 뒤에도 여행가자!

 Writer_박현석 선임PD     Posted_May 1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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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cb750b1116cf228745ebcf8f236f55e_1590625458_7774.jpg여행 다니기 좋은 시대, 그 대가는?

 

나는 어릴 때부터 여행을 좋아했다.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사람과 문화를 접하고 다양한 삶의 태도를 보고 느끼는 경험은 나로 하여금 진정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여행’이라는 단어에 지금도 가슴이 설레고,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이런 세상에 태어난 것에 감사함 마저 느낀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세상은 좁아졌고, 우리는 기술의 혜택을 누리며 더 쉽게 더 멀리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불과 130여 년 전 조선시대에 태어났다면 우리는 타국을 여행할 수 있었을까?

조선시대에 인구 40%는 노비였다고 하니, 노비로 태어나 여행은 커녕, 양반집 노역을  하면서 마을  밖 나가는 꿈도 못 꾸었을 것이다. 설사 형편이 나은 양반으로 태어나 노새를 타고 명승지 감상을 위한 여행을 떠난다 해도 이동 자체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지금과 같은 호텔은 상상도 할 수 없으며, 행여 산속이라도 지나게 되면 호랑이와 마주치지 않도록 조상신께 빌어야 할지도 모른다.


2024년 지금은 어떤가? 클릭 한 번으로 비행기, 호텔, 맛집 예약은 물론 정보가 넘쳐 대동여지도를 손에 들고 거리 곳곳을 둘러보지 않아도 된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든 떠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편리한 환경과, 경제 성장에 따른 개인소득 증가에 따라 지구 곳곳을 경험해보고 싶어 하는 여행객들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 국민의 92%는 1년에 1회 이상 국내 여행을 하고 있고, 연간 2,200여 만 명이 해외로 여행을 떠난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편하게 누리고 있는 많은 혜택들은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대가를 지급하고 있다.  그 중 한 예로 관광 산업은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고,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지구온난화를 넘어 지구가 끓어오르는 지구가열화 시대에 관광 산업에서 발생하는 탄소량은 무시하기 힘든 수준이다. 여행은 가야겠고 탄소배출은 줄여야겠고, 우리는 어떤 여행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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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cb750b1116cf228745ebcf8f236f55e_1590625458_7774.jpg비행기 대신에!

 

먼 거리를 편리하고 빠르게 갈 수 있는 비행기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필수 이동수단 중 하나다.

하지만, 관광 산업 중 가장 많은 탄소배출량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항공 산업이며,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3.5%를 차지하고 있다. 승객 1명이 뉴욕과 런던을 비행기로 왕복하면 약 1,000kg의 탄소가 발생하고, 이는 아프리카에 사는 사람 1명이 1년 동안 배출하는 양보다 많다고 하니 편리한 만큼 그 대가 또한 크다.


비행기 대신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유럽환경청(EEA)은 승객 한 명당 비행기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버스의 4배, 기차의 20배에 이르고 같은 거리를 비행기 대신 철도로 이동할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95%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한다. 행기 대신 배, 기차, 대중교통, 자전거, 도보 등 다양한 이동수단의 여행은 완전히 새로운 시각과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한 도보여행과 자전거 여행을 즐기는 편인데, 차를 이용했다면 전혀 가보지 못했을 구석구석 아름다운 곳들,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과 상황을 마주치고 예상치 못한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이번 주말 국내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비행기와 개인차량 대신 낭만 가득한 기차여행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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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cb750b1116cf228745ebcf8f236f55e_1590625458_7774.jpg해외여행 가고 싶다

 

앞서 비행기의 무지막지한 탄소배출량을 이야기했지만 사실 비행기를 안 탈수는 없는 일이다. 특히 우리나라 위치 상 북으로는 길이 막혀 있고 동‧서‧남 3면이 바다라 비행기 대신 이용할 수 있는 교통편은 배 밖에 없다. 그리고 배를 타고 갈 수 있는 나라는 일본, 중국 정도로 제한된다. 

직장인들의 경우 지칠 때까지 일하면서 휴가 시간도 여의치 않아 비행기라도 타지 않으면 해외여행은 언감생심, 꿈꾸기도 힘들다. 그렇다면 지구환경의 안녕과 개인의 욕망 사이에 우리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


개인의 모든 욕구를 제한할 수는 없다는 사실에 비춰 해외여행을 가지 않는 것은 어렵다.  혹시 환경을  위한다면 가능한 국내 위주 또는 주변 가까운 나라로 여행을 가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비행기를 타고 비교적 먼 거리의 해외여행을 떠날 경우 어떻게 여행하는 것이 비행기를 통해 배출해낸 탄소를 상쇄시킬 수 있을까?



8cb750b1116cf228745ebcf8f236f55e_1590625458_7774.jpg비행기를 꼭 타야 한다면! 


① 친환경 항공권 선택 

같은 비행기라도 비행기 모델, 거리, 좌석 등에 따라 탄소배출량이 달라진다. 최근 항공예약 사이트에서는 친환경 필터 기능을 통해 탄소배출량이 낮은 항공편을 확인할 수 있다.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친환경 항공편을 이용해보자. 작은 노력이지만 그 노력들이 모여 결실을 맺을 수 있다. 


② 한 곳에 머물면서 그 지역을 오래 알아 가보자.(여행동선 최소화)

우리나라 사람들은 욕심꾸러기다. 짧은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곳을 둘러보고 싶어 한다. 그래서 한 국가 내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고 차를 렌트하고 이곳 저곳 유명한 곳들을 눈에 담기 위해 부지런하게 움직이며 뚜렷한 탄소발자국을 흔적으로 남겨 놓고 온다.


한 곳에 숙소를 잡고 대중교통과 두 발을 이용해 주변을 속속들이 알아 가보자. 스치듯 보는 많은 여행지보다 관광객들이 찾지 않는 이름 모를 고즈넉한 골목 풍경이 훨씬 더 큰 여운과 감동을 줄 수 있다. 누구나 알고 인터넷에 이름만 치면 나오는 유명 명소보다 나만의 여행 랜드마크를 만들어보는 재미를 느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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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내 집이 아니라고 낭비하지 말자.

영국의 NGO 투어리즘 컨선 조사에 따르면, 여행객들은 하루 여행 기준 3.5kg의 쓰레기를 배출하며, 한 객실당 물 1.5톤, 워터파크가 있는 지역은 물 3.5톤으로 물 사용량이 급증하며, 현지인의 30배에 달하는 전기를 사용한다고 한다. 나는 그러지 않았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숙소에 복귀 했을 때 차가운 에어컨 바람이 나를 반겨주길 바라며 5시간 후에나 돌아올 예정임에도 에어컨을 켜놓고 외출하진 않았는지, 한 여름 밤 이불을 꽁꽁 싸매고 '에어컨에게 이겨 보겠다'는 마음으로  필요 이상 틀고 자진 않았는지, 욕조에 300리터의 뜨거운 물을 가득 채워놓고 발만 잠시 담그고 나오진 않았는지, 여행 기분에 들떠 다 먹지도 못 할 음식을 시키고 반 이상 남기지는 않았는지... 여행 전 개인 텀블러, 수저, 공병에 들은 화장품 등을 준비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꼭 필요한 소비 외 불필요한 낭비를 줄여 그 지역과 환경에 좋은 손님이 되어 다음에도 우리를 반겨주길 바라보자.



④ 너도 나도 버리는 쓰레기 나는 한번 주워볼까?

관광지에 가면 너도 나도 버린 쓰레기들로 눈살이 찌푸려 진다. 주변에 쓰레기가 많으면 나하나 버려도 문제없을 것 같아 '나도 한번!' 하고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이 많다.


작년 12월, 가슴 가득 설렘을 안고 네팔 안나프루나 ABC 트레킹을 떠났다. 약 4,200m까지 오르는 여정, 신들이 살 것만 같은 장엄한 풍경에 마음이 경건해졌다. 전기를 쓸 수 없어 몸은 다소 불편했지만 아름다운 자연! 그 속에서 천진난만한 현지인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문화를 배우며 행복한 기분으로 트레킹을 진행했다.

하지만 그곳 에서도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흔적을 남겨두었다. 일본어, 중국어, 한국어 등 각국의 언어로 쓰여 진 각종 쓰레기들이, 자연과 불협화음을 이루며 '여긴 없을 줄 알았지?' 하고 나를 비웃듯 존재감을 뽐내며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한 번은 단체 여행객들이 저마다 멋진 자세로 뽐내듯 쓰레기를 던져대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고, 안 그래도 고산이라 산소가 부족한데 말문이 턱 막혀 호흡이 가빠왔던 기억이 있다.


같이 간 동생과 나는 보이는 족족 떨어진 쓰레기를 주웠고, 5일 간의 산행 동안 배낭 가득 봉투에 쓰레기를 담아 내려왔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줍고 있는 동안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은 없었고 몇몇 사람들은 따라 줍기도 했다. 


너도 나도 버리는 쓰레기, 한번 주어보자. 나의 소소한 노력으로 인해 여행 문화가 바뀌고 타인의 행동에 변화를 줄 수도 있다. 그 작은 선행이 돌고 돌아 어떤 좋은 일로 나를 찾아올 지 모른다. 

뭔가 보탬이 된 것 같은 뿌듯함은 덤이니 줍지 않을 이유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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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걸어 다니거나, 여행을 다니지 않는 게 아니라면 완벽한 해결책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속 가능한 여행 방법을 선택하고,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 친환경 교통수단을 이용하고,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여행 계획을 세우며, 자연을 존중하는 태도를 지닌다면, 여행의 즐거움과 30년 뒤에도 이 아름다운 지구 모습이 보호되고 지켜지는 지속가능한 여행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